적벽대전’으로 중국 귀환한 오우삼 감독
“삼국지를 영화로 찍어보겠다는 20년 전 제 소망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그 당시는 자본도, 특수효과도, 시장상황도 현실적으로 어려웠죠. 30년 넘게 영화를 찍어왔지만, 이번처럼 환상적이고 완벽한 조합은 처음입니다. 한마디로, 몽환조합(夢幻組合), 드림팀입니다.”

10일 오후 베이징 웨스틴 호텔. 블랙 슈트 차림의 오우삼(吳宇森·59) 감독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아시아 영화로는 사상 최대인 7000만 달러(약 650억 원)를 들여 삼국지(三國志)를 스크린에 옮기는 ‘적벽대전(赤壁大戰)’ 제작발표회. 출연진은 중화권 최고의 톱스타들이다. 홍콩의 양조위(주유), 대만의 금성무(제갈량)와 장첸(손권), 중국의 장풍의(조조) 등이다. 우리에게는 유비, 관우, 장비를 중심으로 한 삼국지가 더 익숙하지만, 이번 작품은 제갈량과 주유의 우정과 대립, 그리고 삼국지 최대의 스펙터클로 꼽히는 적벽대전의 볼거리에 더 무게중심을 뒀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1, 2편으로 나뉘어 제작되며, 1편은 내년 8월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에 맞춰 중국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개봉한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오우삼의 복귀’였다. ‘영웅본색’(1986), ‘첩혈쌍웅’(1989)을 만들었던 홍콩영화 대부가 ‘존 우’라는 이름으로 할리우드로 입성한 게 벌써 15년 전. ‘브로큰 애로우’(1993) ‘페이스 오프’(1997) ‘미션 임파서블2’(2000) 등으로 전 세계 관객을 환호하게 만들었던 액션영화의 거장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현지 언론은 ‘영웅본색의 재래’라며 그를 환영했다. 오우삼 감독은 “감사하다”라는 말을 다섯 차례 이상 반복한 뒤, “이번 ‘적벽대전’은 역사가 아니라 감정을 찍은 것이다.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우정, 사랑, 용기, 단결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주인공들은 자유분방하게 소감을 밝혔다. 양조위는 특유의 수줍은 목소리로 “삼국지를 영화로 찍게 되어 흥분되고 걱정된다”면서 “내가 아는 주유는 문무를 겸비하고 음악을 아는 재사(才士)인데, 감독과 상의해 인물의 캐릭터를 정교하게 만들어보겠다”고 진지하게 말했다. 하지만 한 세대 아래 연배인 장첸과 금성무는 ‘책’보다 ‘게임’으로 삼국지를 먼저 접했다고 대답해 폭소를 자아냈다. 청바지 차림의 장첸은 “나는 어렸을 때 삼국지가 오락인 줄 알았다”면서 “손권이라는 인물이 좀 우유부단한데, 아마 감독님이 내 성격을 알고 캐스팅한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가죽 점퍼 차림의 금성무에게는 “제갈량을 맡기에는 너무 잘생긴 것 아니냐”는 한 여기자의 우스개 섞인 질문이 주어졌다. 살짝 얼굴을 붉힌 이 일본계 대만 스타는 “역사 속 인물을 맡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모든 이가 알고 있는 제갈량을 하려니 무척 부담된다”면서도 “영웅의 대립뿐만 아니라, 멋진 우정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비록 한국 배우는 참여하지 않지만, ‘적벽대전’은 한국이 공동 투자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일본의 아벡스 엔터테인먼트, 대만의 CMC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한국의 쇼박스가 10.5%의 투자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 최근 해외시장을 노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 제작을 시도해 온 충무로의 새로운 실험이기도 하다. 쇼박스 정태성 상무는 “이미 아시아 전역의 관심으로 제작비 대비 90%의 선판매가 이뤄졌다”면서 “시장의 한계에 달한 한국영화 입장에서는 우수한 글로벌 콘텐트 확보와 해외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시점”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by 브라질 | 2007/05/11 09:36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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